책 감사, 강의감사

퇴계의 사람공부

아리아리짱 2019. 9. 27. 06:25

<퇴계의 사람공부> (이 황/이광호 옮김/홍익출판사)

퇴계 이황은 조선의 가장 학문이 높은 대학자이신 것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인문학과 고전의 재조명으로 주변에서 퇴계 이황에 대해 자주 듣게 되어 이 책을 접했습니다.

호가 퇴계(退溪)인 것은 그 글 뜻 그대로 ‘물러나 시냇가에 산다.’ 처럼 거의 평생을 정쟁으로 혼탁한 관직에 거리를 두고 자연과 함께 하는 가운데 학문에 정진하려 애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퇴계는 10,000 권의 책을 읽고 3,000여 통의 편지와 2,500여 수의 시를 지었답니다. 그 모든 것이 학문과 삶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이었고요.

또한 현재 까지 전해지는 훌륭한 책들도 다수 저술 하였습니다.

그 중 <성학십도>는 68세의 성리학의 대학자인 퇴계가 17세의 선조대왕에게 어진 군주로서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길을 도식으로 설명한 책으로 유명합니다.

이 글은 배움과 생각 두 가지 공부에 힘쓸 것을 당부하며 다음과 같습니다.

경(敬)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과 배움에 다 필요하고 움직일 때(動)나 고요히 머물 때(靜)나 경을 유지해야 합니다. 마음안과 마음 밖을 합치시키고 드러난 것(顯)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방법은 반드시 몸가짐을 삼가고 엄숙하고 고요하고 하나에 집중하는 때에 이 마음을 지키는 것입니다.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변별할 때 이 진리를 궁구해야합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곳에 있을 때에도 더 엄히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공경스럽게 행동해야 합니다. 은미하고 그윽하여 홀로만 아는 마음의 작은 기미에 대하여 더 정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중략)

일상생활에서 경외함이 떠나지 않게 되어 완벽하게 *중화(中和)를 이루면 천지가 제자리에서 운행되고 만물이 육성되는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덕행이 일상의 윤리를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오묘함을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중화; <중용>에 나오는 개념으로, 기쁨, 성남, 슬픔, 즐거움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 하고, 발현되어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고 한다.) 139~140쪽

 

이러한 글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학문이 사물과 인간에 올바른 이해에 기초한 자기완성을 지향하는 것임을 알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타고난 천명인 본성을 온전히 알고 실천하는 것이며 본성의 실현이 곧 인간 삶의 진실한 도임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를 다음의 시를 통하여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맑게 갠 아침에

숨어 사는 사람이 책을 베고 누우니

등불그림자 벽의 반을 가리네

사나운 바람 그칠 줄 몰라

꿈결에도 무서움이 남아 있네 (중략)

치세와 난세가 서로 바뀌듯

선악은 뒤집히는 일이 많다네

어찌하여 치세는 적고

어찌하여 선한 사람은 적은고

하늘에는 때가 있고

사람에게는 책임이 있다네

사람이 그 책임만 다할 수 있다면

하늘의 때는 거의 조화로우리라

하물며 사람은 하느님의 마음 가졌으나

일상생활에서 해침이 많다네

맑고 밝음은 아주 잠깐일 뿐

금방탁류에 어지럽게 된다네

우뚝하도다 옛 성인 현인들이여

그 말씀 태양처럼 빛나니

모르는 사람은 그만이지만

알면서 어찌 힘쓰지 않으리

의미 있는 *<맹자>우산장을

병중에도 항상 되뇌어 보네 (114~115쪽)

*<맹자> 우산장에 우산이란 산이 나오는데, 사람의 선한 본성이 외부 요인에 의해 본래 상태를 잃은 것을 말하며 선한 사람이 적고 혼돈에 빠진 세태를 표현

 

이러한 모든 깨침은 평생 10,000권의 책을 읽으며 학문을 연마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독서일기와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독서량을 늘려 올해는 연160권정도 읽기 가능 할 듯합니다.

만권의 책을 읽어 삶의 도를 깨치려면 이 속도로는 50년을 더 읽어야 하는데 그러면 제 나이가 ...

건강과 시력이 따라주어 퇴계가 제시한 공부 방법인 방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몸과 마음으로 하는 지극히 실천적인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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