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분가와 진정한 출가
딸은 지난 10월에 결혼 했지만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사위와는 일본과 부산을 오가며 주말 부부로 지내며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출근시간이 1시간 30분정도까지 걸리는 하단의 친정집에서 해운대까지 출퇴근을 하니 너무 힘들어 이번 주말 회사근처 원룸을 얻어 분가 하고, 3월에 사위가 한국으로 귀국하면 동탄에 신혼집인 둥지를 틀고, 한동안은 계속 주말 부부로 지낼 계획 입니다. 언어연수 갔던 1년 정도를 제외하곤 30년 가까이 꼭 붙어 산 딸이 분가 한다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이제 정말 시집보낸다는 섭섭함이 훅 밀려오네요.
엄마와 딸! 그 오묘한 관계! 친구인지, 웬쑤인지!
기대이상으로 무엇이든 제 몫을 다 해주는 아들에 비해, 딸은 조금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사교성 좋고 무던한 성격이라 만만히 여겨 화도 자주 냈었어요. 딸이 또 다른 ‘나’ 인양 달달 볶으면서 많이 힘들게 했답니다. 나와 분리시켜 딸을 개체화해야 하는 작업에 많이 서툴렸었어요.
늘 앉아서 책 읽기만을 좋아 했던 아들에 비해 딸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어디든 위로 올라가는 걸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였어요. 소파 아래로 떨어져 얼굴이 찢어져 응급실 간적도 있고요. 두 돌이 지난 무렵에는 놀이터 미끄럼틀을 겁 없이 올라가서 ‘쌩’ 내려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그 모습에 조심성 많은 5살인 오빠도 용기 내어 처음으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던걸요. 둘이는 ‘미끄럼동기’인 셈이죠. 오빠만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늘 조바심으로 표현되었고, 딸에게는 그것이 차별로 느껴지곤 했나 봐요.
딸이 대학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그룹공채로 취직이 되어, 그 동안의 아쉬움을 한 방에 시원하게 날려주어 엄청 기뻤답니다. 그렇게 2년 넘어 다니던 직장을 과중한 업무시간과 백화점이라는 특성 때문에 주말에 더 바쁜 근무 싸이클로 견디기 힘들어했어요.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고 취직이 힘든 시기라 웬만하면 견뎌내길 바랬지만 이직을 결심하고 사직했어요. 딸은 애초에 영어와 관련된 외국계 회사 취직이 희망사항 이었거든요.
딸의 생각만큼 이직이 순조롭게 연결되지 않아 2년의 공백기를 가졌지만, 마침내 원하던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의 공백기 동안 딸은 많이 힘들어 하며 저와의 갈등도 깊었으며, 자신의 동굴을 팠습니다. 딸은 어린 시절의 아픔을 드러냈는데, 제가 딸을 많이 외롭게 했었더라고요. 저는 늘 공부에 대한 갈증으로 책을 놓지 않았는데, 그것이 그냥 자신의 세계에 집중하는 아들에게는 문제없었지만, 항상 ‘엄마바라기’로 엄마의 눈을 마주치고 싶었던 딸은 그 시간들이 많이 부족하고 외로웠나 봐요. 어린 시절 엄마 모습은 식탁에 앉아 책 읽는 모습의 ‘등’만 본 기억 이래요. 딸은 학창시절 반장, 부반장을 하며 리더십도 있고 사교적이라 그런 내면의 상처들이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많이 미안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다행히 딸은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바라던 회사로 이직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했습니다. 딸이 듬직한 사위와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꾸리도록 바라 보며,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친구의 말이 생각나네요. 자식은 선물이자 ‘최고로 귀한 손님’이라서, 잘~ 모시다가 보내드려야 하는 것이래요.
딸아! 그동안 손님 대접 제대로 못한 미숙한 엄마 너그럽게 용서해주고, 앞으로 씩씩하게 나아가자!
참! 딸이 방 빼기 전에 블로그 편집기능, 사진 올리기등을 배워야겠어요. (하나당 5만원씩 줘야 가르쳐 준다는 딸이지만 ^^)
딸 없이 컴퓨터 약자인 내가 살아갈 앞날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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