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빚 ( 부끄러운 고백)
참 회 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솔직히 저는 글쓰기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을 할 것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의 문예지에 뽐내고 싶은 마음에, 글 잘 쓰는 친구의 글을 조금 다듬어 마치 제가 쓴 것인 양 기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향한 저의 첫 글이 도용이었던 거죠. 당시는 이것이 엄청난 잘못인 줄 모르고 그저 약간의 미안함만 있었고 친구가 그 문예지를 보지 않고 지나가기만을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거의 도둑질과 같은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 친구는 졸업 후 국문과로 진학 했으며,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가 되었고 저는 사과할 기회를 놓친 것 입니다. 당시의 부끄러움이 글쓰기 자격에 대한 주저함으로 무겁게 다가 와서, 그 빚 때문에 제가 글쓰기를 더 자신 없고 두려워했는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부지런히 솔직한 저의 글을 써서 과거의 친구에게 진 빚을 갚으렵니다.
그 친구 이혜숙이에게 나의 사과가 전해지길 바라며 “ 친구야! 내가 어리석었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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