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강의:나의 고전 독법

아리아리짱 2019. 8. 14. 06:51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신영복/돌베개)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에서 깊은 독서와 사색으로 주옥같은 가르침의 글들을 많이 남기셨습니다. 근대사의 거대한 시대적 수레바퀴 아래 파란만장한 삶을 사신 선생님은 경제학을 전공 하셨지만 동양고전에 대한 학문의 깊이 또한 큰 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학교 교육 이전에 할아버지로부터 동양고전의 한자 교육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깊은 식견을 통해 동양고전으로의 길을 안내 받고자 이 책을 접했습니다. 

시경, 서경, 주역(역경), 대학, 중용,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까지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강독’이란 강좌 명으로 진행했던 강의를 정리 한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하여 고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리 현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심을 서문에 밝힙니다. 

선생님은 근대화와 서구문화 추구로 우리 것에 대한 최소한의 자부심마저 허락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오면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동양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러한 사회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분단과 군사 독재에 저항 하면서 열정을 쏟았던 학생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그것도 무기징역이라는 긴 세월을 앞에 놓고 않아서 나 자신의 정신적 영역을 간추려보는 지점에 동양고전이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말하자면 나의 사고와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식민지 의식을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성은 동시에 우리시대에 대한 반성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 서론 17쪽) 

선생님의 강의는 동양고전의 입문을 위한 매우 초보적인 것을 중심으로 강의를 시작하시며, 역사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중요함을 강조하십니다.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고전 독법 역시 과거의 재조명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전 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고전 강독에서는 과거를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것을 기본 관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서론 21쪽) 

선생님은 유럽근대사의 구성 원리는 '존재론'인데 비해 동양의 사회구성 논리는 '관계론'이라 하십니다. 

존재론적 구성 원리는 개별적 존재를 세계의 기본 단위로 인식하고 그 개별적 존재에 실체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개별적 존재는 부단히 자기를 강화해가는 운동 원리를 갖습니다. 그것은 자기 증식을 운동 원리로 하는 자본 운동의 표현입니다. 근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자본의 운동원리가 관철 되는 체계입니다. 근대사회의 사회론 이란 이러한 존재론적 세계인식을 전제한 다음 개별 존재들 간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관계론 적 구성 원리는 개별적 존재가 존재의 궁극적 형식이 아니라는 세계관을 승인합니다. 세계의 모든 존재는 관계망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배타적 독립성이나 개별적 정체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관계성을 존재의 본질로 규정하는 것이 관계론 적 구성 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론 24쪽) 

이에 선생님은 고전 원문 기초 과정을 위해 배우는 천자문은 천지현황(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천지와 우주의 원리를 천명하는 것부터 배웠는데, 우리의 중등 영어 기초과정의 I am a boy. You are a girl. 로 시작하는 영어교과서의 차이를 예로 듭니다. 

동양사상은 자연이 최고의 질서입니다. 서구의 인본주의 자체가 반 자연적이라는 것입니다. 세계의 중심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양사상의 현실주의란 자연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인간과 인간관계를 포괄하는 사회적 내용을 갖는 것입니다.

인성의 고양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고 있는 동양사상은 성인(聖人)이 최고의 목표이고 모든 사람은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인간을 이해합니다. 인간의 외부에 어떤 초월적 가치를 상정하고 그 아래에 인간적 가치를 배치하는 그런 구도가 아닙니다. 

인성이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논어>에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이란 글귀가 있습니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입니다. 덕성이 곧 인성입니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인관관계라는 관계성의 실체로 보는 것이지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인간입니다. 이 사회성이 바로 인성의 중심 내용이 되는 것이지요. (서론 41쪽) 

동양고전을 선생님의 강의에 기대어 조금씩 읽으며 출발할 수 있을 듯합니다. 너무나 요원하고 먼 동양고전을 조금씩의 맛보기로 그 참 맛을 알아갈 계기가 된 것입니다. 

 

(세 줄 요약)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 동양고전 읽기

조금씩 한걸음씩 내딛어서

성현의 지혜에 다가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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