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아리아리짱 2019. 7. 18. 06:03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터 카터/조경숙옮김/아름드리미디어)은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 입니다. 큰솔나비의 독서 토론 책으로 선정 되어 다시 책장에서 꺼내어 읽어봅니다.

 

인디언들의 자연과 합일, 순응하는 지혜로운 생활방식을 처음 알게 되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국 중심 사고의 서부영화에서 인디언들은 호전적이고 미개하다는 인식을 막연히 가지고 있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인디언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어요. 개척자들인 백인들은 인디언들에게는 침입자며 삶을 터전을 빼앗은 약탈자였던 것입니다.

 

자연과 함께 의식주를 해결하고 살아가는 인디언들의 지혜에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평화적인 체로키족이 점점 쫓기어 산 속으로 몰리어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했던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백인 정부군들에게 집과 사는 터전을 빼앗기고, 서 쪽으로 서 쪽으로 이주하는 죽음의 행렬에 아픔이 함께합니다. 인디언들의 사그라짐이 가슴 저 밑바닥 깊숙한 곳에서 부터 아릿하게 아파옵니다.

 

캐나다에 갔을 때 보았던, 인디언 보호구역에 갇혀서 무기력하게 삶의 활력이라고는 없던 인디언들이 떠오릅니다. 인디언의 영혼을 빼앗긴 채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생활하게 하니 제대로 삶의 의지를 가지기 힘든 것이지요. 자유로이 산으로 숲으로 자연과 함께 하던 삶을 보호라는 명목 하에 가두어 두고 생활 하게 하니 인디언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저 빼앗기고 상처 받은 후손들이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아빠, 엄마를 다 잃은 어린 5살 인디언 ‘작은 나무’와 함께 살게 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산 속 생활이 평화스럽게 펼쳐집니다. 숲속 삶의 순리와 이치를 하나하나 손자에게 가르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입니다.

 

산꼭대기로 눈 들어 아침의 탄생 지켜보렴.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는 바람의 노래 들어보렴.

대지인 모노라에서 생명이 솟는 걸 느껴보렴.

그럼 체로키의 이치를 알게 될 거야.

 

새벽이 올 때마다 삶 속에 죽음 있고,

죽음 속에 생명 있음을 알게 되리니,

모노라의 지혜를 배우면

체로키의 영혼을 느낄 수 있을 거야. (28쪽)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겐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퍼지게 된다. (96쪽)

 

라고 할머니가 말씀 하십니다. 우리도 좋은 일이 있을 땐 밥을 사거나 한 턱 내는 풍속이 있는데 깊은 공감이 갑니다. 할머니는 글을 아시고 할아버지는 모르십니다. 개척마을에서 빌려온 책을 밤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작은나무에게 읽어주며, 단어 외우기도 시키는 소박한 정경이 그림같이 떠오릅니다. 책을 읽을수록 할아버지와 할머니, 작은나무의 숲 속 삶이 따뜻함으로 전해져옵니다.

팍팍한 가슴에 달콤한 영혼의 샘물을 들이 킨 느낌입니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 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101쪽)

 

할아버지의 가장 못 믿을 인간이 정치가들이다 라는 말에 웃습니다. 현재 정치가들처럼 어디서든지 정치가는 믿기 힘든 존재인가 봅니다.

 

인디언 교육의 두 줄기인 기술과 가치도 함께 되새깁니다. 기술은 살아가기 위한 생계를 위한 노력이고, 가치는 정직, 절약, 최선을 다함과,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심입니다.

 

인디언들의 삶은 자연이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연을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고 짓밟고 사라지게 한 이주민들의 이기심.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은 인디언들의 피 흘림과 희생위에 세워진 것임을 되새깁니다. 빼앗기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