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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데렐라' 나의 제자

아리아리짱 2019. 7. 5. 06:35

 

오랜만에 옛 제자가 찾아 왔어요!  양 손에 캔 음료를 들고는 환한 미소를 띠며 들어섭니다. 기말 시험을 마치고 이제 여름방학이 시작 되었답니다. 이 제자는 현재 간호학과 2학년에 다니는 남학생입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는지라 방학 때는 청소하고 빨래 돌리는 것은 기본이고 장도 봐 놓고, 운동 다녀와서 공부 좀 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갈 정도로 바쁘게 방학생활을 한답니다. 학기 중에는 기숙사 생활을 하니 도와드릴 수가 없다면서요. 살림 도와 드린다고 친구들에게 말하니 제자의 이름을 따서 ‘원데렐라’라는 별명을 부르며 놀린답니다. 신데렐라처럼 하루 종일 쓸고 닦는다는 거죠.^^  

간호사이신 어머니가 외아들을 제대로 가정교육을 시키는 것 같아요. 본인도 당연히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기꺼이 한다고 합니다. 부모님 지원으로 학교 다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대요. 요즘은 거의가 맞벌이 추세이니 집안일도 당연히 남자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간호학과는 적성에 맞느냐고 물어보니 현실에 조금씩 맞춰가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중이랍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것을 안다 해도 그쪽으로 밀고 나가기는 너무 불확실한 시대라는 거죠. 지금은 기타를 배우며 학과공부 과정의 스트레스를 다스린다고 합니다. 간호학과 110명쯤에서 30%안에 들어가기가 정말 힘들다고 합니다. 여학생들은 공부만 하는지 상위권은 여학생들이 거의 차지한다고 하네요. 

처음에 간호학과 진학 한다고 했을 때는 남학생이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나름 만족하며 생활하는 듯해서 다행입니다. 

이 제자는 사실 고등학교 때 사소한 시비로 반 친구랑 주먹다짐을 했었어요. 그런데 운이 나쁘게 교정기 낀 친구가 입안 상처가 크게 나서 폭력시비로 학부형들 간의 싸움으로 번져 결국은 자퇴하기에 까지 이르렀어요. 욱 하는 마음에 주먹 한 번 날린 것이 운명을 바꾸게 한 것입니다. 그 과정 중 많이 힘들어 했지만 다행이 마음을 잘 추스려 동급생 보다 1년 빠르게 재수 아닌 재수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해서 간호학과로 진학 한 것입니다. 

초등부터 고등학교 자퇴하기 전까지 저랑 함께 공부한 학생이라 6년을 지켜봤어요. 제자는 한 학년 어린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순정파의 마음 따뜻한 오빠였거든요.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발렌타인데이나 시험기간에 초코렛을 혼자만 주면 쑥스러워 할까봐 전체 학생들에게 다 돌리며 은근슬쩍 지켜만 보는 약간은 쑥맥인. 고백하면 혹시 차일 까봐 그리고 어색해 질까봐 용기도 못 내고 3년을 지켜만 봤어요. 그 여학생에게 멋있게 보이려고 공부도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 순정을 아는 저는 제자가 겪은 폭력사건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제자가 입시 기숙학원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그 여학생을 다시 못 보는 것을 많이 아쉬워했어요. 제가 마음이 짠 할 정도였으니까요.

열심히 공부해서 동 학년 보다 1년 먼저 대학을 들어가고 나름 잘 적응해서 다니고 있어 이젠 마음이 놓입니다. 제자가 하는 말이 자신이 겪은 일이 말 그대로 ‘새옹지마’가 된 것 같답니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서 더 열심히 공부해서 간호학과를 갈 수 있었대요. 그냥 고등학교를 평범하게 다녔으면 성적이 이렇게까지 나오지 못했을 거라고 하네요.

우리 인생에서 정말 좋은 일도, 정말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낍니다.

제자하나 아쉬운 점은 결국 그 여학생에게 고백 못했던 것이 좀 후회된대요. 짜~식! 아직도 그 여학생을 마음에 담고 있는 듯합니다.

그 여학생이 지금 고 3이라 수능 끝나면 제가 한 번 나서야 하나 살짝 고민 중입니다. 제자가 내년 2월 쯤 군대를 갈 예정이거든요. 대한민국 20대 남아들의 군 복무가 청춘사업에 많은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겠네요.  

제자가 자기 일을 좋아하고, 즐거운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데이트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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