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사

기생충

아리아리짱 2019. 6. 7. 06:55

 

오래간만의 주중 공휴일이 주는 달콤한 휴식이 마음을 훨씬 말랑하게 하여 이런 날 칸느영화제 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을 봐줘야 할 것 같아 영화관을 향했어요.

감독 봉준호, 배우 송강호 우리영화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두 분에게 먼저 경의를 표합니다. 먼저 보신 분들이 간단히 앞부분만 얘기하고 뒷부분은 보고나서 얘기 나누자고 스포를 꺼렸는데 이 순간부터 누적 관객수 오백만이 넘었으니 조금 스포를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백수가장 기택(송강호분)의 가족이 박사장(이선균분)네 진입으로부터 결국 두 가족의 비극이 시작 됩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집 비운 주인집에서 운전기사, 가정부, 과외를 하던 아들, 딸 4가족의 하루 밤 주인놀이 파티는 그들의 마지막 축제가 돼버립니다. 비로인해 예정 보다 빨리 돌아온 주인가족을 피해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 처절함 그 자체였어요.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들을 비를 맞으며 내려가는 장면들이 의미하는 바가 컸어요.

그 정도로 주인집과의 수직방향의 계층차이를 느끼게 했어요.

가까스로 도착한 그들의 반 지하 집은 물에 잠겨 화장실물이 치솟아 오르는 가운데 딸이 변기위에 앉아 필사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순간 막막함으로 와 닿습니다. 

빈부의 차이를 햇빛 밝은 지상의 세계와 지하, 반지하의 세계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구조, 냄새의 차이가 신분의 차이가 되는 섬세함! 결국은 그 냄새 때문에 기택은 자신의 인생을 파국으로 몰아갑니다. 감독의 예리함과 천재성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의사소통 수단들 즉 와이파이 부재의 휴대폰, 워키토키무전기, 모스부호등은 있으나 소통되지 않는 도구들이 되어 현대의 진정한 소통의 단절을 보여줍니다.

지하의 생활에 길들여져 오히려 그 안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전 가정부와 사채 빚에 쫒기는 남편, 계층의 고착화가 날로 더 심화되는 현대사회에서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는 거의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결국 두 가정을 불행으로 몰아가게 한 기태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삶이 가능할까요?

 

영화 끝 무렵의 잔인한 장면들의 지나침에도 실제로 표출되지 않는 잠재적 분노들이 폭발한다면 현실세계의 형상들은 어느 정도 일까요?

 

냄새의 차이로 인간의 존엄성을 건드려 주는 봉감독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