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사

벌새 (House of Hummingbird)

아리아리짱 2019. 10. 4. 06:21

벌새(House of Hummingbird)

감독: 김보라  출연: 박지후, 김새벽, 정인기, 이승연

서천석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선생님이 하시는 일과 관련해 청소년 영화인<벌새>를 의무감으로라도 봐야겠기에 보았는데 재미있어서 한 번 더 보실 거라는 페이스북 추천 글을 읽었어요.  

그 말씀에 주중 보너스처럼 주어진 공휴일에 독립영화 <벌새>를 보았습니다. 자녀와 함께한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첫 장면에 자기 집인 줄 착각하며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며 애절하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두드리는 은희(박지후)는 14살의 아주 평범한 중2여학생입니다. 이 첫 장면이 펼쳐질 많은 이야기를 암시합니다.

1994년의 시대적 배경으로 도드라질 것 없는 평범한 여학생인 은희가 마주하는 가족관계, 학교생활, 친구 관계 등 14살 중학생의 눈으로 부딪치는 세상이 담담히 그러나 강렬하게 전해져옵니다.

생활에 쫓긴 부모님과 각자의 삶으로 바쁜 언니, 오빠와 은희로 구성된 가족입니다.

언니는 성적이 저조해 강남 대치동에 살면서 다리건너 강북으로 학교를 다녀야하냐며 아버지에게 무시를 당하며 부모님 눈을 피해 자신이 숨 쉴 구멍을 찾습니다.

오빠는 중3으로 아버지의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아들입니다. 외고를 거쳐 서울대를 가야한다며 기대 받는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동생 은희에게 폭력으로 풉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는 각자 자신의 삶의 무게에 짓눌려 서로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없는 듯 합니다.

 

은희는 성적도 친구 관계도 그저 그런 뚜렷하게 잘하는 것이 없는 존재로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그저 그런 존재감이 별로 없는 무채색에 가까운 아이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얻지 못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영지샘(김새벽)은 그녀의 삶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옵니다.

학원의 한자 선생님으로 온 영지샘은 은희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해주는 자유로운 그러나 따뜻한 선생님입니다. 주위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내어준 선생님에게 은희는 묻습니다.

“제 삶에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그에 대한 답은 선생님이 편지로 남깁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우리 아이들 삶의 지난한 팍팍함을 많이 공감합니다. 아이들에게 마음을 기댈, 몸을 누이 듯 마음을 누일 관계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입장과 시선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되새겨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검색을 하니 아테네국제영화제 최우수 각본상을 비롯해 세계적 영화제에서 26관왕의 수상경력이 있는 독립영화입니다. 작년 23회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도 화제작 이였고요.

청소년 자녀가 있는 학부모에게 관람을 추천하고픈 영화입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되는 24 회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통역부분 자원봉사를 주말과 공휴일에 BIFF 광장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따끈따끈한 소식들 글로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