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해서 관심은 있지만 그 해석이 너무 멀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미술관에서 현대미술 관련 작품을 볼 때면 난해하기만 했고요. 아는 게 별로 없으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미술사에 대한 공부를 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독서 순위는 늘 미루어졌습니다.
친구네 동네에 'Book and Space (북엔 스페이스)' 북카페에서 <새롭게 읽는 서양미술사>의 저자 박송화 선생님의 특강이 열린다고 해서 얼른 신청을 했습니다. 미술사를 시대별로 화가의 작품을 통해 설명을 해주는 강의입니다. 이 번 강의는 (8월 10 토요일) 사실주의에 대한 것이었어요.
미술 전문가인 저자가 우리 가까이로 다가와 직접 미술세계로 이끌어 주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했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1790466
한 달에 한 번 개최되는 저자 특강은 쉬운 설명으로 미술세계를 알려주어 입문자에게 좋은 기회였습니다.
미술사조에서 사실주의란 19세기 중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미술경향을 말합니다. 사실주의 화가들에게 사실이란 눈앞의 감각적 사실을 말합니다. 각자의 편견과 선인견과 함께 문화, 종교, 도덕적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망막에 맺히는 대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했으며 그것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사물'에 가깝다고 여겼습니다. 사실주의(寫實主義, realism) 말 그대로 사진을 찍은 듯 감정은 배제한 채 그것도 평범한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대로 나타내는 화풍입니다.
사실주의 작품의 대부부 주제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입니다. 사실주의는 가치판단과 편견이 배제된 순수한 시각적 사실을 지향합니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성모나 예수, 나폴레옹이 아닌 가족과 주변 지인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입니다. 평범한 시민인 화가의 망막에 비치는 것은 주변의 사물이지, 신화. 종교. 역사 속 인물이나 장면이 아닙니다.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쿠르베는 평범한 사람들을 그렸다는 이유로 시회와 미술계로부터 비난받았습니다. 비판자들이 봤을 때, 작품 속 가난하고 못생긴 사람들은 기존사회(라고 하지만 권력자와 부르주아들이 꿈꾸는 이상적 사회)에 대한 항의이며 고전주의에 대한 반항이라고 해석했습니다.(405쪽)
미술사에서 19세기 이전의 고전주의나 낭만주의는 위대한 인물인 영웅이나, 역사나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를 그려야 한다는 편견들이 있었어요. 그러니 미술은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닌 종교, 왕족, 귀족과 같은 특수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고요.
그런데 쿠르베는 특수한 사람이 아닌 자기가 속해있는 자기 앞에 보이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그렸으니 그것이 오히려 미술에서는 급진성과 혁명성을 띠게 된 것입니다. 이제껏 너무 하찮아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평범한 이들의 일상과 자연이 미술의 주제가 된 것은 당시에는 대단한 '주제의 급진성'이었던 것입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후 19세기까지 왕조사회를 벗어나 시민사회로 진입하며 왕정과 공화정의 주도권 싸움이 계속되었던 시기입니다. 시민이 권력을 주도하는 시민사회로 향하는 민주주의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있었기에 쿠르베의 사실주의 화풍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주의의 대표화가인 귀스타브 쿠르베는 "천사를 보여주면 천사를 그리겠다"는 말로 사실주의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려줍니다.
쿠르베는 부유한 집안출신으로 호탕한 성격과 급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사회주의자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자요 공화주의자다. 한마디로 말해 혁명지지자이며, 무엇보다 사실주의자, 곧 진실의 참다운 벗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기존 보수적 권력에 대한 반감과 대중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냈습니다. (411쪽)
이러한 태도는 쿠르베의 개인 기질도 있지만, 당시 100년간 진행되었던 혁명의 시대적 배경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혁명의 달콤한 열매는 몇몇 자본가들이 독차지했으며 혁명에 동참했던 대다수 대중은 소외되었기 때문입니다.
왕의 착취가 자본가의 착취로 변하는 것을 목격한 쿠르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사조로 그림을 표현했지만, 부르주아들을 견제하고 사회주의 혁명 사상을 퍼트리는 작품으로 낙인찍힙니다.
1855년 제1회 황제 나폴레옹 3세가 자신의 지위를 공고이 하기 위해서 파리 만국 박람회를 실시하는데 쿠르베 작품은 출품거부를 당합니다. 반체제 반사회적으로 치부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쿠르베는 만국 박람회가 열리는 박람회장 근처에 같은 크기의 가건물을 지어 자신의 작품 40여 점을 전시했습니다. 이것이 세계최초의 개인전으로 기록됩니다.
사실주의 화가는 쿠르베 외에도 도미에, 밀레 등이 있으며 인상주의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주의를 시작으로 미술사를 조금씩 차근차근 알아가 보려 합니다. 그림을 통해 역사적 시대적 배경은 물론 인간의 삶을 재조명해서 볼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책 서두의 말을 인용하며 미술의 세계로 나아가렵니다.
미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깊이 살펴보고, 이해하며, 아름답게 표현하는 예술이다.
존 버거(영국 소설가)
'책 감사, 강의감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하여 (4) | 2024.08.09 |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64) | 2024.08.05 |
진리란 무엇인가? (1) | 2024.07.24 |
어른에게도 동화를! (25) | 2024.07.22 |
일본 그들은? (5) | 2024.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