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괭이밥(고양이밥)도 예쁘다

아리아리짱 2023. 5. 19. 06:29
(괭이밥, 고양이밥과 호야)

 
어느 날, 호야 화분에 괭이밥이 불쑥 자란 것이 눈에 띄었다.
뽑아내려고 무심코 손을 뻗으니 초록 잎사귀들의 싱싱함이 느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잎사귀들이 영락없이 하트모양으로 앙징맞고 예쁘다. 토끼풀 잎사귀들보다 더 또렷한 하트모양이다. 계속 보고 있으니 내 눈과 내 마음에도 하트가 생긴다. 이 녀석들을 그냥 잡초라고만 하기에는 좀 안됬다는 마음이 든다.
애정을 가지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호야만 귀한 것이 아니라 괭이밥도 귀엽고 앙증스럽다.
 
잡초와 화초의 차이는 결국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그들은 그냥 존재할 뿐인데 인간의 알량한 판단과 잣대로 그것을 분류하는 것이다. 아파트 15층에 어찌어찌 씨앗들이 날아와 이렇게 뿌리내린 것이 신기하다. 그들의 생명력이 놀랍다. 이들 또한 끈질긴 생명력으로 뿌리내리고 살아남은 귀한 존재일 수 있다.
 
호야에게는 잡초일 수 있지만 괭이밥 입장에서는 역시 존재감 있는 풀인 게다.
나는 이제부터는 둘의 합숙을 인정할 테다. 호야에 기생하는 것이 아닌 호야와 합숙하는 괭이밥으로 둘의 공존을 즐길 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고 나쁨, 옳음과 그름이 편협한 잣대로 들이댈  때는 그 구분이 지나칠 수 있다. 저마다의 입장을 알고 이해하면 좀 더 좋음과 선함의 영역이 넓혀질 것이다. 그러면 서로에게 주고받는 상처들이 줄어들 수 있을게다.
 
세상에 절대적 기준이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선함과 정의로움으로 나아가려고 애쓰는 존재이지 완전체가 아닌 것이다. 내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듯 상대방 또한 완전한 존재가 아님을 잊지 않아야 한다.
괭이밥에서 시작한 작은 깨달음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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