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니체가 내 삶을 흔드는 날이오길!

아리아리짱 2023. 4. 17. 05:42

 
새벽 '아주 특별한 아침'기상 시간에 맞추어 일어났다. 대동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지난번 특강에 이어 실제로 '부산큰솔나비독서토론'이 처음 있는 날이다. 동승하던 선배님의 사정으로 혼자 지하철을 타고 가야 했다. 자동차로는 30~40분, 지하철로는 1시간 20분 걸린다. 조금 일찍 도착하기 위해 5시 30 분에 집을 나섰다.
보슬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에 이렇게 결연한 자세로 집을 나서는 나 자신이 대견하다. 머리를 한 번 쓰윽 쓰다듬어 준다. 
나는 이 어두운 새벽 무엇을 구하고 찾으려 길을 나서는 것일까?

 
이번 독서 나눔 책은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 (장석주/문학세계사)이다. 정리되지 않는 혼돈을 안은 채 지하철을 타고 달리고 있다. 저자는 19세 때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벼락을 맞은 듯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며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 니체와의 벼락같은 만남으로 방황하던 시간을 접고 철학하는 삶을 향하였으며 시인과 철학자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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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YES24

니체의 사상과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서사시. 모든 고뇌와 죽음을 초극한 `초인`, `영원 회귀`, `권력을 향한 의지` 등 니체의 사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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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몇 년 전에 읽었다.  많은 철학자와 문인들에 의해 회자되는 책이라 꼭 읽어봐야겠다는 숙제 같은 책이었다. 내게는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다. 읽다가 힘들거나 졸리면, 재밌고 쉬운 책을 꺼내어 읽으며 잠을 깨어 다시 읽는 병렬 독서법으로 겨우 끝까지 읽어낸 기억이다.
 
내 얄팍한 사고와 철학의 깊이로는 은유적 표현이 가득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냈다는데 의의를 두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의 저자는 니체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인생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고 하니 그를 통해 니체를 다시 알고 싶었다. 니체에 의한 그의 흔들림을 이해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가 하는 말들을 쫓아가기에는 이번에도 인내가 필요했다. 내 철학적 사고의 비루함이 이 제대로 드러난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저자의 그 벼락 맞은 느낌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새벽시간, 한적한 지하철 안에서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다. 지금 깨어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독서토론회를 위해 설렘 가득 안고 향하는 것, 이것 또한 외줄타기의 광대의 삶에서 초인을 향하는 모습일 수 있다. 이 또한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아이로 향하는 길일 수 있다. 초인을 향한 몸부림일 수 있을 테다.

어린아이처럼 온전한 자신이 되어 자신의 날개로 날갯짓을 하라고 한다. 
어린아이들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웃는다. 오직 어린아이 만이 제 몸속에서 신이 춤추듯 즐거워한다. 거만함과 비열함이 아니라 제 안의 벅찬 환희를, 존재의 법열감을 분출하는 것, 이게 진짜 웃음이다. 우리는 놀이에 빠져 몰입의 기쁨을 누리는 어린아이로 살 수 있을까?
웃음의 빈곤 속에서 우리는 사소하게 불행해진다. 순진무구한 웃음은 불행을 중화시킨다. (...)
우리는 변신과 비상을 위해 '중력의 악령'을 떨쳐 내고 더 가벼워져야 한다. 오직 가벼운 자만이 춤추고 웃는다. 웃어라, 웃음의 신이 제 몸속에서 춤추고 있는 듯이. (251쪽)
 
 
'위대한 정오'란 인간이 짐승에서 초인에 이르는 길 한가운데 와 있는 시간이라고 한다. 정오는 무오류의 시간, 진리의 시각이다. 자기 극복의 시각, 새로운 삶에 대한 거룩한 긍정에 도달하는 위대한 시각이라고 한다. 
나에게 있어 부산큰솔나비는 '정오'의 시간이 된다.
 
작가는 우리모두는 내면에 숨겨진 정원과 농장이 있다고 한다. 그곳은 우리의 힘과 용기를, 새로운 생의 에너지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곳이다. 우리가 그걸 모를 뿐이라고 한다. 
내 정원과 농장를 찾고 가꾸어 온전하게 나의 날개짓으로 날아오를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