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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수록 딸의 소중함과 고마움이 새록새록!

아리아리짱 2021. 3. 17. 06:00

 

 

 

손녀 예원이와 무릉도원에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달달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만사를 제쳐두고 오로지 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예원이네가 동탄을 향한 후에는 급기야 몸살기를 느낄 정도로 열심히 함께 놀았습니다.

예원이가 외갓집에 오면 우리 부부는 마냥 즐겁고 행복한데 정작 딸은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나 봅니다.

싱크대는 오래되고 낡아서 조금 내려앉아 물도 새고, 통돌이 세탁기도 20년 가까이 써서 낡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건조기가 없어 예원이의 자주 벗어내는 옷들을 빨리 말릴 수 없어 불편해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시골 고모네 갔을 때 느꼈던 생활의 불편함을 결혼한 딸이 친정행에서 느끼는 정도가 비슷한 듯했습니다.

싱크대도 20년째 쓰던 것이라 바꾸려 했지만, 날 잡아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었던 것입니다. 

딸이 자신이 부산에 있을 때 싱크대 알아보고, 세탁기와 건조기도 함께 교체하자고 적극 권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차일피일 미룰 것이며, 무엇보다 불편해서 부산 친정행이 꺼려질 것 같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아서 변화를 두려워하는데 세탁기와 건조기를 함께 사용하면, 이불빨래 등은 일도 아니라며, 자신이 살림 요정이 된 것은 오로지 장비와 도구들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물건의 모델을 알아보고 결정하는 수고는 자신이 할 테니, 엄마 아빠도 이제 조금 편하게 살라고 하면서요.

부부 둘 만의 단출한 살림에 건조기가 필요할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만,  쓰던 물건과 이별이 쉽지 않은 저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 참에 반 강제로 새로 들이게 되었습니다. 

큰 이불을 빨아서 건조기로 돌리니,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 신기하고 편리합니다. 이렇게 편한 것을 왜 이제야 구입했나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새 세탁기와 건조기 덕분에 날마다 묵은 이불 빨래를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냉장고도 딸이 결혼하면서 사위와 함께 선물로 바꾸어 주어서 잘 쓰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 부서지고 잔 고장은 났지만 20년 된 것을 여전히 쓰고 있었을 것입니다. 딸 덕분에 싱크대는 물론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를 몽땅 새로 장만한 것입니다.

딸이 지인 찬스를 써서 싱크대도 실용적인 디자인과 가격으로 결정했습니다. 싱크대는 주문에서 교체까지 일 주일이 걸렸는데, 그릇 집기를 다 들어내고, 다시 세팅하는 과정이 새로 이사하는 것만큼이나 수고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새로 단장한 깔끔한 부엌을 보니 없던 요리 실력을 발휘하고 싶을 정도로 부엌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21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이사 갈 생각으로 수리와 교체를 미루었는데, 낙동강이 보이는 이 집에서 앞으로도 계속 지낼 것 같습니다. 부부만 생활하기에 다소 큰 집이지만, 남편은 정들은 이 동네와 이 집을 떠나기 싫다고 합니다. 

반려식물들을 다 데리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함께 늙어가는 집을 여기저기 손봐가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 있는 이 동네, 이 집에서 딸 덕분에 새살림으로 단장하고 나니 별로 지겹지 않게 앞으로도 쭈욱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딸아! 고마워! 덕분에 엄마의 삶이 윤택해진다!

육아로 많이 힘든 시기지만 예원이가 자라면서 점점 절친이 되어가는 그 짜릿함을 그대도 느낄 것이야!

딸은 엄마에게 보배 중에 보배라는 것을!

 

 

(3대가 함께 부산 현대 미술관에서)

 

 

 

 

(새 단장한 부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