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걷기)감사

박씨네 형제들 서울나들이 2일차

아리아리짱 2019. 4. 9. 06:33

경복궁 입구 전경

서울여행 2일 차,  다 같이 근처의 콩나물 국밥으로 아침을 먹은 뒤 각자 숙소에서 쉰 후 10시 30분에 모여 오늘의 일정인 경복궁과 남대문을 돌기로 했어요. 남편과 저는 길 건너의 청계천을 한 바퀴 돌아보았어요. 그냥 숙소에 들어가서 쉬었다가 출발 하기에는 청춘(?)의 피가 뜨거웠거든요. 청계천을 끼며 주변의 빌딩들을 보니  한국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는 금융. 통신. 언론들 대부분의 본사들이 집결해 있는 위용을 느꼈어요. 청계천에는 사진 찍는 중국, 동남아 관광객들로 이른 시간인데도 붐비기 시작했고요.

청계천 입구

시숙이 정한 숙소인 신라 스테이는 위치가 웬만한 곳은 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중심에 있어서 편리했어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경복궁에 도착하니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관광 중인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그 옷이 한복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개량돼서 조금 어색(?) 했지만 그런 식으로 나마 우리 옷인 한복을 입고 즐기는 관광객을 보니 미소가 절로 나더군요.

경복궁은 수학여행과 20년 전쯤에 한 번이고 이번이 3번째인데, 문화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하는 둘러보기는 정말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정말 좋아졌어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무료 관람이어서 긴 줄에 서서 매표하는 번거로움 없이 입장하시고 젊은 4명만 입장권 구매를 했어요. 살아온 세월과 견디어낸 세월에 대한 응원으로 노인은 우대해야 한다는 생각 좋았어요.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설명과 함께 경복궁을 둘러보니 구석구석 새롭게 소중하게 느껴지는 문화재들로 가득한 것입니다. 어느새 어르신(?)들은 앉을 곳을 찾아서 가버리시고  설명 듣는 행렬에는 몇 명 남지 않았답니다. ㅋㅋ

 왕이 거하는 건물의 단청에 새들이 집을 지으면 훼손도 심하고 뱀의 공격 가능성이 있어서 단청 아래 명주실로 그물을 만들어 단청 보호를 하거나, 새들이 앉지 못하게 삼발이 바늘 모양의 꼬치를 꽂아 두었는데 '홰 꼬치' 그곳에서 '해코지'라는 단어가 유래됐다고 하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어요.

본격적으로 경회루를 돌아 설명을 듣고자 하니 어르신들이 이제 웬만큼 보았으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시네요. 아쉬움을 달래며, 광화문을 지나 점심 먹을 식당을 향해서 쉬엄쉬엄 걸어갔어요.

가는 길에 세종문화회관도 처음으로 봤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가자니 촛불 집회 때의 군중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면서, 어제 서울역 앞에서의 태극기 부대의 데모들과 비교되어 떠오르는 잔상들이 마음이 불편했답니다.

함께하는 여행 동안 정치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살짝 돌아서 피해 가는 센스가 필요했어요.  완고한 기성세대의 정치관에 대해 뭐라고 의견 피력을 하는 순간 학생들 말로 '갑. 분. 쏴' 갑자기 분위기 쏴~ 해질 것 같은 불편함을 느꼈답니다.

예전과 달리 어느덧 정치에 관한 얘기는 불편하게 돼버린 요즘은 정치, 종교에 관한 얘기는 피해버리게 됩니다. 자칫하면 집안 분란이 일어나기 쉬우니까요. 어쨌든 각자의 다른 의견들을 존중해야 하겠죠.

점심을 먹고 나서 마지막 여정지인 남대문시장을 돌아보니 20년 전의 남대문시장과는 활력이 많이 차이가 났어요.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빈대떡집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있는 동안  포장마차의 잡채 호떡이 맛나 보인다며 긴 줄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주버님이 호떡을 사 가지고 들어서니 식당 주인이 자기네 식당에서는 외부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야멸찬 말에 '뻥' 졌답니다. 서울 인심 야박했어요~! 사만 원 넘게 자기네 식당 음식 시켜서 먹었는데 어서 먹고 나가라는 무언의 눈치도 불편했고요.  

부산에서는 특히 시장 인심은 자기네 식당 메뉴 먹고 다른 집 메뉴가 필요하면 주인이 나서서 사다 주는 정도의 인정이 아직은 남아 있거든요. 각박한 인심의 문화 충격이었어요. 그 빈대떡집 이름은 안 밝힐게요. ㅋㅋ

이제 남은 여정이 어느덧 마무리되고 서울 가족은 헤어지고 부산 가족들은 역에서 만나 부산으로 향하기로 했어요.

남대문 시장에서 앱을 활용해 걸어오면서 남편과 저는 서울역 앞 고가도로공원(?)도 둘러보고  조금은 생경스러운 공원이었지만 이색적이었어요. 내려오는 계단 입구에 한 힙합 차림의 청년이 피아노 앞에서 한국 가요를 치고 있네요. 묘한 조화였어요.  그 피아노 선율과 함께 서울역으로 향했답니다.

그래도 형제들이 대체로 건강한 모습으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음이 감사한 일정이었고, 이 모든 일정을 짜고 안내한 서울 셋째 형님 내외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KTX로 서울을 향해 갈 때는 책을 읽으니 금방 도착했는데, 부산을 향해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어요.

기차를 타자마자 잠들어 눈뜨니 바다내음 물씬한  부산역이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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