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레스큐(Rescue)

아리아리짱 2021. 1. 25. 06:00

 

(김강윤/ 리더북스)

 

독서모임의 글 쓰는 소방관 김강윤 선배님이 드디어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동안의 기고문을 통해 선배님의 글 실력을 익히 알고 있어서 자못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던 책을 잡고 읽으니 블랙홀처럼 그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늦은 밤 읽기 시작해서 밤을 지새우고 싶을 정도로 책을 놓기 어려웠습니다.

자기 계발서나 경제관련서를 주로 읽고 있는 요즘 이렇게 흡입력 있는 책은 오랜만인 것입니다.

그의 글은 간결하고,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우리의 안전망이 되어 주는 구조대원인 소방관의 삶을 생생히 전해줍니다. 구조대원으로서 겪어내는 치열한 구조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왜 삶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하며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사명감으로 가득 찬 이들 구조대원들이 있어 우리의 일상은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의 건장한 외모만큼이나 듬직하고, 믿음직스럽습니다. 그와 같은 구조대원들이 늘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구조대원 13년 차인 그의 소방관 생활과 구조현장의 이야기를 읽으며 안타까움이 가득할 때도 있었고, 구조대원에게 여전히 상식 없이 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나기도 했으며, 때로는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처참한 사고 현장은 물론 화재 현장에 그야말로 물 불 가리지 않고 가장 먼저 달려가는 구조대원들! 자신의 목숨 걸고 다른 이들의 목숨을 살려내려는 현장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주는 그의 글은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구조대원들의 사명을 그는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사고 현장에서 죽어가는 이들을 살려내야 하는 구조대원은 사람과 사람의 이별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죽음은 이별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다. 수명이 다해 죽는 것은 그나마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사고에 의한 죽음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살려야 한다.  죽음이라는 고통스러운 이별을 막아내야 한다. 구조 대원이 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일이자 가장 고귀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한 사람을 사지에서 구해냄으로써 그 사람을 아는 많은 사람의 슬픈 이별을 막아낼 수 있기에 소방의 현장은 이별을 막아내는 사투의 현장일 수도 있다. (307쪽)

늘 위험에 노출된 직업이니 안타깝게 업무상 순직한 동료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심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그들이 사라져 간 곳이 불 속이든, 물 속이든 먼저 간 동료들의 모습은 결코 남은 이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가고 없는 빈자리는 새로운 누군가로 채워지고, 매일 반복되는 출동의 일상이 그들의 존재를 희미하게 만들지만 우리는 기억한다.

먼저 간 동료들이 남기고 간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살아남은 자들은 이들의 고귀한 희생의 결과물을 고스란히 받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멀리 밤하늘의 별이 되어 어딘가를 비추고 있을 순직 소방관들의 영혼이 부디 편히 쉬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별이 내는 빛이 또 다른 죽음을 맞닥뜨린 산 자들을 보호해주기를 기도한다. 그렇게 산 자들이 자신을 보호하고 빛의 방향을  바라보며 부디 감사하기를 또 바란다. ( 279~280쪽)

그와 그의 동료 모두가 퇴직하는 날까지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며

삶과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겠다는 그의 맺음말을 전합니다.

나는 대한민국 소방관이다.

나는 119 구조대원이다.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뜨거운 그곳에서 나와 나의 동료가 온전히 보호받기를.
온몸이 타들어 가 재 가루가 되더라도 나와 나의 동료가 산처럼 두렵지 않기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찾아내기를.
넘쳐흐르는 핏물에 부서진 육신이 될지라도 심장은 펄떡이며 한 줄기 빛을 바라보기를.
하늘의 부름이 지금 당장일지라도 온전히 나의 임무를 다할 수 있기를.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 날아가도 뒤돌아서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 그의 다짐과 기도 -책 표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