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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의 여고동창생과의 만남

아리아리짱 2020. 10. 14. 06:00

 

(친구들로부터의 선물)

 

저는 미국 교포와 결혼한 친한 여고 동창생이 있습니다. 가끔씩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국에 올 때면 만나서 회포를 나누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30여 년의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을 향한 팬심을 키우며 덕질하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이 취미가 없었으면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시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30년의 시집살이를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 친구가 최근에는 가수 김호중의 팬이 되었나 봅니다. 얼마 전 연락이 와서 김호중 앨범을 세 장을 보낼 테니 친구들이랑 나누어 들으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임영웅' 도 친한 작가님의 블로그 글을 통해 처음 알았을 정도로 트로트는 문외한인 것입니다. 그러니 김호중 가수도 친구로 인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런 며칠 후 낯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고등동창인데 미국 친구의 부탁으로 앨범을 부치려 했으나 같은 부산에 사는데 건네주며 얼굴이라도 보자며 연락을 한 것입니다.

택배 부치는 것도 수고스럽지만 시간 내어 갖다 주러 온다는 것은 더욱 큰 정성과 수고스러움이라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 동창과는 같은 반을 한 적이 없어서 전혀 기억이 나는 것이 없어도 동창이라는 것만도 반가웠습니다.

절친에게 연락하여 함께 만날 약속을 했습니다. 한편 우리 나이에 이렇게 동창이라며 느닷없이 연락 와서 만나자고 하면 다단계이거나 보험 관련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한글날에 동창 친구랑 만났습니다. 동창에게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직접 이렇게 만나자고 해서 반갑기도 했지만 혹시 다단계나 보험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하니 파안대소를 합니다.

친구는 알고 보니 한국 바둑계의 거장이 되어있었습니다.

98년도에 우연히 취미로 바둑에 입문하여 현재는 아마 5단으로 학교에 방과 후 바둑 선생님으로도 활동하고 한국의 국제 바둑교류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잦은 국제 바둑교류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도 기본 이상 구사하면서 바둑 인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둑 친구는 2 년 전에 2주간 미국 친구 집에 머물면서 여행을 했다며 그 추억담을 풀어놓았습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그렇게 놀러 오라고 했는데 정작 자기 집에 방문한 사람은 바둑 친구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졸업앨범의 40년 전 풋풋한 모습들은 간 데 없지만 그 마음들은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문 듯 처음 만난 자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여고시절로 돌아가서 재잘재잘 끊임없는 수다를 이어갔습니다.

 40년의 시간의 단절이 있음에도 서로 친한 친구의 친구이고 같은 학교의 동창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리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의 하루였습니다.

이제 가끔 연락하고 밥도 먹으며 미국 친구에게 함께 다 같이 여행 가자며 훗날을 도모했습니다. 물론 코로나가 다 마무리된 그 어느 날이 되겠지요!

 

(여고동창들과 점심식사 후 꽃마을 저수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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