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부모님이 잠들어 계시는 곳

아리아리짱 2020. 3. 9. 06:06

동탄 딸집에서 한 주 더 머물고 주말에 다시 부산을 향했습니다. 부산으로 오는 도중 국립묘지 ‘영천 호국원’을 들렀습니다. 호국원에는 부모님이 함께 잠들어 계신 곳입니다. 3월이면 아버지 기일도 있어서 꼭 참배하고 싶었습니다.

아들이 포항에 있을 때는 가는 길에 자주 들를 수 있었는데, 아들이 대전으로 이사한 후는 영천까지의 길이 쉽지 않습니다.

생전에 아버지는 가족에게 특히 자식들에게 그리 존경 받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조실부모하여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버지는 어머니와 우리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오랜 직업군인생활로 가족을 부하 직원 다루듯 늘 명령하고 스파르타식의 독불장군 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로부터 최대한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25살에 이른 결혼을 했을 정도입니다.

군 제대 후 사회경험 없는 아버지는 사업과 장사를 벌려 우리가족을 경제적 곤경을 겪게 했습니다. 엄마에게는 자식들 오 남매를 건사해야하는 경제적인 부담을 주셨고요. 경제개념이 약한 아버지는 밖에서는 호인 중에 호인이셨지만 가족에게는 늘 억압적이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한 가장 큰 선물은 국립묘지에 함께 쉬실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직업군인이셨던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 이력으로 국립묘지에 안장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살아생전 어머니를 많이 힘들게 하고 자주 싸우셨는데, 어머니 돌아가시고는 합장해서 두 분이 함께 다정하게 쉬고 있는 것입니다.

생전에 두 분 사이가 그리 돈독 하지 않아서 어머니는 합장을 내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자식입장에서는 두 분이 국립묘지 양지 녘에 함께 잠들어 계시니 찾아 뵐 때마다 마음이 푸근합니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집 한 채 지니고 유지 하는 것도 쉽지 않아 어머니를 힘들게 했지만, 돌아가시면서 영원히 함께 편히 쉬실 곳을 준비 해 주신 것입니다.

생전에 사이좋지 않았던 어머니도 이제는 화해하고 잘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코로나 19로 정적이 감도는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내려오는 길에 경주 휴게소에서 활짝 핀 매화를 보았습니다.

아무리 어둡고 힘든 시간들이라도 따뜻한 날씨와 함께 꽃은 핍니다. 자연의 생명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어쩌면 스쳐지나가기 쉬운 휴게실 화단의 매화가 이토록 반가운 것은 어떡해서라도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삶에 대한 간절함 때문일까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선도 부부교실  (10) 2020.03.13
당신은 작은 예수? 아기 부처?  (8) 2020.03.12
호호바 오일의 효능을 아시나요!  (6) 2020.03.05
결혼식무사히 참석하기  (10) 2020.03.04
마스크 파동  (18) 2020.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