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요리 , 살림 감사

박씨네 곰국 끓이기

아리아리짱 2019. 3. 6. 07:38

 

 지난 주말 딸의 신혼집에 살림집기 정리를 도와 주러 동탄에 다녀왔습니다. SRT로 2시간 15분 걸리는 동탄은 그렇게 먼 길이 아니라서 마음이 조금 놓이더군요. 딸이 주말 부부이고, 아직 요리는 겨우 후라이만 해먹는 정도 여서 ' 박씨네 곰국'을 끓여서, 얼려 가지고 갔습니다.

 양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가자니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엄니 살아 계실때 음식 싸들고 오시면, 그리 감사한 줄도 모르고 넙쭉 받아 먹곤 했는데 어느듯 제가 친정 엄마가 된것입니다.

  박씨네 곰국은 요리 솜씨 좋은 시어머님께 배운 방식입니다. 제가 사실은 요리하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생존을 위한 단순한 간단요리를 좋아합니다. 나물을 자주 해먹기 힘드니, 대신 밥에 잡곡을 많이 섞어 먹고, 국도 날마다 끓이기 힘드니 이렇게 곰국이나 미역국을 끓여 한끼 분량으로 냉동실에 얼려 필요 할때 마다 냉장실에 해동해서 데워 먹는답니다.

  완전 불량 주부인거죠.

  제때 마다 요리 해서 먹으면 좋지만 시간부족으로 그냥 생존위주의 식사 준비가 됩니다. 곰국은 불이 해주는 요리니 제게 딱이고, 다행히 가족들도 좋아합니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요! ㅋㅋ)

 

 먼저 주로 세일기간을 이용해 마트에서 사태살이나 우족이 섞인 곰거리로 3킬로그램 짜리(세일가격 25,000원) 2~3개를 사서 찬물에 1시간 정도 핏물을 뺍니다.  그런후 곰솥에 물을 팔팔 끓인후 살이 많이 붙은 사태나 뼈를 1/3을 넣고 , 또 팔팔 끓으면 1/3을 넣고, 그리고 나머지 뼈도 팔팔 끓으면 넣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굳이 첫물 애벌로 끓인 물을 버리지 않아도 국물이 깨끗하고 누린맛이 나지 않아요. 쇠고기 국 끓일때는 바로 국 끓이는데 곰국 끓일 때 애벌 끓인물 버리는것은 왠지 아까운 고기국물 다 버리는 느낌이 들어서요. 물론 끓을때 위에 뜨는 찌꺼기들은 걷어내 주고요. 초탕을 저는 3~4시간 정도 끓여서 질긴 살들을 씹기 편할정도로 푹 끓입니다.

 

 

  초탕 국물은 다른 냄비에 따라 내어 큰 대야의 물에 담가서 식힌후 표면의 기름을 걷어내고, 그런다음 뼈에서 살을 다 발라내어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놓은 다음, 발라진 뼈만 남은 곰 솥에 다시 물을 부어 재탕을 거의 6~7시간 끓입니다.

 그러니 보통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 초탕 끓이고, 재탕은 팔팔 끓은지 좀 지나면 가스불 가장 약하게 밤새도록 끓이는거죠. 그럼 다음날아침에 국물을 비워내고, 3탕을 4~5시간 중불로 끓입니다.

  그런다음 1, 2, 3탕 국물과 뼈에서 떼낸 고기를 함께 다 섞어서 한번 더 10~20분정도 끓여 줍니다. 당장 먹을 분량은 남겨 두고, 식혀서 1인분씩 봉지 봉지 넣어서 얼려 두었다가 먹기전 냉장실에 해동해서 끓을 때 파만 조금 썰어 넣으면 맛이 담백 하답니다. 이렇게 얼린 곰국과 심심한 미역국은 지방에 나가있는 아들의 아침 비상 식량으로 소금 간 하지 않고 국물만 간단히 먹고 출근 할 수 있어 요긴하게 활용 되었는데, 이제 배달할 곳이 더 늘었어요. ^^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요리법이지만 바쁜 딸이 언젠가 곰국을 직접 끓일 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블로그 활동으로 딸이 빠져나간 허전함을 대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