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어디서 살 것인가

아리아리짱 2019. 9. 4. 06:25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을유문화사) 

이전에 <알쓸신잡> 프로그램에서 유현준 교수님이 출연하신걸 보았어요.

사통팔달의 해박한 지식을 가진 유시민 작가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다방면의 해박함과 건축에 관한 전문적 지식으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한층 더해 주신 분이었지요. 

건축학자인 작가는 구조물, 건축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생활, 문화, 도시까지 종횡 무진하는 지식과 통찰이 책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작가는 가장 안타까운 우리 현실의 건축물에 학교를 꼽았습니다. 담장을 가지고 있는 건물 대표적인 예가 학교와 교도소라고 하면서요.

하루 종일 갇힌 공간에서 같은 옷(교복)을 입고 천장이 낮은 같은 모양과 크기의 교실에서 12년 동안 생활 하는 우리 학생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란 어렵다 고합니다. 마치 닭장에 갇혀있는 양계장이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전체주의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지요.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이런 시설에서 12년을 보낸다면 그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똑같은 옷, 똑같은 식판, 똑같은 음식, 똑같은 교실에 익숙한 채로 자라다 보니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평생 양계장에서 키워 놓고는 닭을 어느 날 갑자기 닭장에서 꺼내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아 보라고 하면 어떻겠는가?

양계장 같은 학교에서 12년 동안 커온 아이들에게 졸업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닭으로 키우고 독수리처럼 날라고 하는 격이다. (28쪽) 

또한 우리나라 인구 60%의 주거공간이 획일화된 아파트라서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갇힌 공간과 획일화된 공간에 익숙한 사고방식으로는 다름과 다양함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사고를 쉽게 하는 이유이고요. 이렇게 전체주의적 공간에서 자라 성인이 되면 대기업 취업이나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양성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건축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합니다. 

지식은 책에서 배우고 지혜는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므로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자연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 되도록 학교 담장은 허물고 건축 형태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우리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자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가 범죄를 막을 수 있으니 도심 곳곳에 푸르름이 가득 하도록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고, 나무 한 그루가 살인도 막을 수 있다고 하신 한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자연의 그 푸름으로 딱딱한 우리 마음에 잠깐의 휴식과 여유를 주어 긴장감을 풀어서 각박함을 달랠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자연의 변화를 느끼기 힘든 생활환경이니 사냥꾼의 후예인 남학생들이 게임같은 비 공간에서 변화의 공간 추구욕구를 충족시키려 게임에 몰입한다는 말씀도 인리가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지켜보며 남학생에게 게임하는 시간 좀 줄이고, 여학생들은 아이돌에 관한 관심을 조금만 줄이고 노력한다면 우리나라가 훨씬 발전할 거라 해왔어요. 이 모든 것이 자연과의 교감 부족의 결과였던 것입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그나마 푸른 잎의 화분 하나라도 더 준비해서 팍팍한 마음을 달래줘야겠습니다. 갇힌 공간에 익숙한 우리의 삶에 열린 공간인 걸어서 접근 가능한 공원이 더 많이 조성되고, 동네마다 쉽게 걸어서 접근 가능한 도서관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말에 적극 동의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있는자와 없는자의 자리를 이어줄 평화적 사다리가 필요하다. 건축에서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없으면 사회적 긴장감은 커지고 폭력이 정당성을 갖는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296~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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