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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와 천사의 나팔꽃 (에인절 트럼펫)

아리아리짱 2020. 8. 11. 06:00

(비 온후 반짝 햇볕날 때 느티나무 한 컷)

우리 아파트는 30년 된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오래돼서 시설들은 좀 낡았지만 덕분에 단지 내 화단의 나무들은 크고 튼튼한 거목이 되어 잎사귀들이 우거집니다.

집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는 제가 '걱정 나무'라 별명 붙이고, 들고 날 때마다 쳐다보며 위로를 받습니다. 걱정거리는 저 나무에 걸쳐두고 집으로 귀가하는 것입니다. 

아파트 입구 상가에 있는 화단에는 커다란 천사의 나팔꽃(에인절 트럼펫)이 있어 이 맘 때쯤이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줍니다. 특이하게 낮에는 향기가 나지 않고, 저녁 무렵부터 밤늦게까지 뿜어내는 꽃향기는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고 황홀합니다.  

몇 년 전 어느 날 저녁 버스에 내려서 길을 건너려 할 때 어디선가에서 나는 아찔한 꽃향기에 코를 킁킁거리며 주변을 살폈던 적이 있습니다. 

상가 앞에 커다란 천사의 나팔꽃이 만개하여 피었던 것입니다. 그 전에는 주변을 다녀도 잘 알지 못했는데 그 날 이후로 천사의 나팔꽃의 안부를 확인하는 눈길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꽃은 상가의 서점 주인장이 몇 년 전에 심었던 것이었는데 그 향기를 맡기 전까지는 저는 꽃의 존재감을 몰랐던 것이었어요.

꽃들이 주는 위로와 평화를 알기에 그 서점 주인아저씨가 정말 감사하고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누릴 수 있게 화단에다 묘목을 심은 것입니다.  천사의 나팔꽃을 볼 때면 서점 주인아저씨의  이웃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더 행복합니다. 

트럼펫같이 생긴 '천사의 나팔꽃' 꽃 이름은 '덧없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덧없는 사랑일지라도 대가 없이 남을 위하는 마음은 늘 아름다운 것입니다.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말랑해지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니까요. 꽃향기를 맡으니 천사의 나팔소리가 가득 찬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