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사, 강의감사

진이, 지니

아리아리짱 2019. 10. 16. 06:32

<진이,지니>(정유정/은행나무) 는 김민식 피디님과 꿈트리숲님의 독서 평을 통해 진즉에 읽고 싶었던 소설입니다. 

“나는 친구야. 네 친구 진이. 이진이.”

이진이가 보노보 지니를 처음 보았을 때 속삭였던 이 말은 사육사 진이의 귓가에 언제나 맴돕니다.

이 말의 끈으로 둘의 운명은 결국 하나로 둘로 넘나들게 되고요.

이 땅에서 진이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는 민주까지 연결 되는 것입니다.

정유정 작가는 마법의 필력으로 인간과 보노보의 경계를 넘나들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혈육 하나 없는 혈혈단신인 이진이는 영장류를 돌보는 사육사입니다. 그녀는 공감력이 워낙 뛰어나 영장류를 의인화 하며 대하는 것은 ‘다정한 그녀’ 에게는 일상입니다.  

대학 졸업 후 입사 시험 낙방에 이어 공무원 시험 내리 3년 떨어진 후 집안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김민주는 30번째 생일날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됩니다.

그의 아버지는 민주에게 “간장 종지에는 라면도 못 끓이는 법이다.”라고 하며 쓰레기 치우듯 집에서 내 칩니다.

집을 나와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던 민주는 삶을 방관하듯 내려 놓는 순간 운명의 만남이 이어집니다.

진이와 지니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나서 민주는 결국 자신의 삶을 받아들입니다. 문지기라 일컫는 ‘장의사’가 되는 일을 배우며 산자는 살아내야 된다는 것을.

‘그녀는 내게 삶이 죽음의 반대말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삶은 유예된 죽음이라는 진실을 일깨웠다. 내게 허락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영원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르쳤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삶을 가진 자에게 내려진 운명의 명령이었다. (367쪽) 

결국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삶과 각자가 견뎌내야 하는 삶의 무게가 결코 녹록치 않지만 우리는 그 어둠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따듯한 햇살에 기대어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걸음들은 삶인 동시에 주어진 죽음의 경계선에 가까워지는 것 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이 내 생에 남은 가장 젊은 찬란한 하루가 될테니!

책 말미의 정여울 문학평론가의 글로 <진이,지니>의 독서 일기를마무리 합니다.

 

아무리 삶이 각박해지더라도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공생과 공존의 가치를 붙들어야 한다고, 우리가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생의 온기를 지켜내고, 우리가 반드시 닦아주어야 할 고통 받는 타자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함을.

그들도 우리처럼 아프고, 눈물 흘리고, 슬퍼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타자의 아픔에 귀를 기울여줄 마음의 온기가 남아있다면, 모든 것을 효율성으로 환원시켜버리는 이 잔혹한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나의 아픔을 누군가 진심으로 알아준다면, 힘들 때 등허리를 쓸어주는 딱 한사람만 있다면, 우리 삶의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빛깔로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아는, 바로 당신이 있다면, <진이, 지니>는 우리 안의 가장 따사로운 공감과 치유의 햇살을 당신의 상처 가득한 심장 깊은 곳까지 실어 나를 것이다.(3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