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30년 된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오래돼서 시설들은 좀 낡았지만 덕분에 단지 내 화단의 나무들은 크고 튼튼한 거목이 되어 잎사귀들이 우거집니다. 집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는 제가 '걱정 나무'라 별명 붙이고, 들고 날 때마다 쳐다보며 위로를 받습니다. 걱정거리는 저 나무에 걸쳐두고 집으로 귀가하는 것입니다. 아파트 입구 상가에 있는 화단에는 커다란 천사의 나팔꽃(에인절 트럼펫)이 있어 이 맘 때쯤이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줍니다. 특이하게 낮에는 향기가 나지 않고, 저녁 무렵부터 밤늦게까지 뿜어내는 꽃향기는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고 황홀합니다. 몇 년 전 어느 날 저녁 버스에 내려서 길을 건너려 할 때 어디선가에서 나는 아찔한 꽃향기에 코를 킁킁거리며 주변을 살폈던 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