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감사합니다. 194

멀고도 긴 귀갓길

주말을 동탄에서 보냈다. 손녀들과 즐거운 시간이었다. 일요일 오후 1 시쯤에 부산행 기차를 타면 저녁 줌 스터디를 소화하기에 충분하다. 딸은 아쉽다며 4시경 기차로 가라고 한다. 두 개의 표를 예매한 후 나의 컨디션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나도 두 손녀와 함께 노는 시간의 달콤함에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일정이 조금 빠듯하지만 일요일 저녁 스터디 참석 시간 맞추기에는 큰 무리는 없을 듯했다. 조금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진 딸은 오랜만에 아파트 내에 있는 주민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갔다. 내가 있음으로 해서 딸이 자신만의 오롯한 시간을 가지는 게 좋았다. 큰 손녀와 자전거를 타며 놀이터를 돌았다. 아파트 꽃밭의 자주달개비 꽃도 보고, 모과나무도 살펴보았다. 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은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장릉 낮도깨비 1457, 잠든소년

올여름휴가는 강원도에서 보냈습니다. 영월을 거쳐서 정선에서 머물면서 휴식을 취했어요. 강원도는 저에게 언제나 아련함과 뭉클함을 함께 가져다주는 곳입니다.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생후 얼마되지 않아 강원도로 이사했습니다. 제 어린 시절 추억들은 강원도 산골짜기의 원주가 주 무대입니다. 그러니 강원도는 제 고향인 셈인 게죠.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하실 즈음에 외갓집이 있는 부산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부산사람이 되었고요. 설레는 마음으로 강원도로 향한 첫날, 사위가 영월에 들러 공연을 먼저 보자고 했습니다. 단종의 능인 장릉의 경내에 야외 뮤지컬공연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는 오래전에 가 본 적이 있지만 장릉은 처음입니다. 단종의 묘는 작고 소박하게 낮은..

소중한 존재 둘

한 달에 한두 번 동탄의 딸 집을 방문합니다. 주말에 딸 집에 머물면서 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저에게 소중합니다. 제 삶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죠. 두 손녀랑 함께하는 시간은 늘 꿈결같이 지나갑니다. 첫째는 5살, 둘째는 10개월, 둘째가 태어나면서 왠지 첫째가 많이 안쓰러웠는데, 동생을 한결같이 이뻐하는 첫째를 보니 제 엄마 아빠가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잘 키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치마를 두른 첫째는 거실을 누비며 요리사가 되었다가 선생님이 되었다가 색종이 접기의 예술가가 되었다가 열심히 운동하는 체조선수가 되기도 합니다. 온종일 거실 놀이공간에서 심심할 틈 없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하는 첫째를 보면 신기합니다. 쪼그만 아기였던 아이가 이렇게 자라서 잘 놀며 제 동생도 이뻐하는 모습이 흐뭇..

우연한 기쁨, 재미, 행운 (Serendipity)

고등동창들과 함께 오랜만에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현재 부산 근현대역사관 별관인 옛 미문화원과 옛 미화당 백화점이 있던 남포동, 광복동일대에는 우리에게 아련한 추억들이 많이 깃들여져 있는 장소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시내 남포동 거리를 누비는 것이 특별한 이벤트가 되기도 했었어요. 이 일대를 거닐 때면 늘 옛 시절이 함께 하는 듯합니다.식사 후 티타임은 개인이 운영하는 소담한 카페로 가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에게 큰 프랜차이즈  카페는 번잡하고 여유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용두산공원 입구 중앙성당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따라갔습니다. 활발했던 예전 상권이 조금은 침체되어 보였습니다. 군데군데 임대를 써붙인 빈 점포도 보였고요. 친구가 생각했던 카페를 가니 문이 닫혀있었어요. 친구가 난감해했습니다..

우리에게 다시 봄이 올까?

올해 봄 신학기가 시작될 무렵 고1 새로운 학생이 왔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거의 손 놓았던 학생이었어요. 중등과정까지 열심히 공부해 왔던 학생들도 고등과정이 시작되면 성적이 하락하기 십상입니다. 시험범위가 3~4배 늘어나서 어휘와 문장구조 등 기본이 다져져 있지 않으면 공부량을 소화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친구들은 공부의지도 약하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공부해 낼 끈기도 약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르칠 자신이 서지 않아 학생의 각오를 점검하기 위해 주말 동안 작년 모의고사 단어를 외워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테스트를 해서 공부의지를 확인하고 수강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하면서요. 흡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성의를 보이는 정도로 학습해 왔기에 일단 함께 공부해 보자고 했습니다. 학생자신이..

딸의 새로운 출발!

딸은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5살과 10개월 된 두 손녀를 키우기에 여념이 없는 육아맘입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다니던 외국회사를 그만두고 동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딸은 대학 졸업 후 대기업 공채에 당당히 합격하여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습니다. 대기업의 격무에 시달린 딸은 외국계 회사에 이직해서 직장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결혼하면서 주말 부부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임신과 함께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살림과 육아에 서툰 딸이 야무지게 손녀들을 키워내는 모습이 늘 대견합니다. 경단녀가 된 딸은 사회생활로 복귀를 꿈꿔왔습니다. 현실은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딸은 육아와 함께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스마트 스토어에 관한..

Try again

새벽, 책상에 앉아서 경건함으로 나의 하루를 맞이한다. 멈춘 비를 뚫고 새들의 지저귐이 활기차다. 진, 선, 미를 실천하는 날들로 이어지길, 어제보다 성장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 내 마음을 끌어모은다. 의식을 치르듯 감사일기를 쓰면서 나의 새벽을 시작한다. 몇 년 전부터 새벽기상을 애써 왔는데, 최근 그 습관들이 조금 흩트려졌었다. 7월부터 새로이 새벽독서를 함께하는 선배님 덕분에 5시 독서에 내 신체리듬을 다시 맞춘다. 잠시 멈추었던 블로그 글쓰기가 어느덧 1년의 휴지기가 되었다. 글 읽기는 글쓰기가 동반되어야 하고, 그 실행이 따라야만 제대로 '읽음'이 된다. 읽기, 쓰기, 실행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는 삶이고 싶다. 글과 함께 내 삶의 무게 중심을 굳건히 잡아가고 싶다. 삶에서 부딪히는 격랑들을 뚫..

물난리

간밤 천둥소리와 빗소리가 이어졌어도 새벽은 찾아왔다. 비가 멎은 후 새들의 지저귐이 아침을 채운다. 연이은 장마비로 전국이 아수라장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물난리를 또 겪는다. 많은 소중한 생명들이 속수무책으로 또 희생을 당했다 우주를 향한 여행과 이주도 꿈꾸는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에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재난을 계속 겪어야 하는 것일까? 안전대책을 좀 더 강화했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무능정부와 무능정책만 탓하고 있기에는 비피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너무 크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소중한 생명들의 꺼짐에 뭐라 더 할 말을 잃어버린다. 자연 앞에서 더욱 겸손해져야 하는 우리이다.

천둥 번개, 그리고 비

밤새 천둥 번개 소리가 이어졌다.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을 깼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 새벽 나는 천둥번개소리와 빗소리 가운데서 감사일기를 쓰려한다. 오늘 하루 나는 또 어떤 감사함으로 나의 행복지수를 높일까? 코로나가 다시 성행하는 듯하다. 중학생 3명이 동시에 코로나 확정으로 휴원이다. 그들이 수월하게 코로나의 터널을 빠져나가길 기도한다. 날이 더워지면서 혈기왕성한 학생들은 마스크를 벗은 지 오래다. 답답해서 더 이상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나는 꿋꿋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했다. 혹시 모르는 예방책이었다. 만일의 예방책 덕분에 지금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맑은 날만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온 세상은 사막화될 터이다.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은..

아침의 새소리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다. 며칠간 오락가락했던 비가 멈추었다. 오늘 아침의 새소리는 더욱 청량하게 들린다. 이른 아침 '아주 특별한 아침'을 함께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새로이 긍정의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다. 주말 조금 흐트러진 일상이 다시 정렬되는 시간이 된다. 1년을 하루같이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켜주는 '아주 특별한 아침'을 이끄는 선배님과 함께하는 선배님들이 새삼 감사하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명상을 하고, 새로운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함께 글을 읽고 글을 쓴다. '아특아'를 함께 하면서 내 삶이 많이 여물어진 듯하다. 긍정적 사고로 감사함이 커지니 내면의 근육이 성장하고 있는 듯하다. 막연한 불안에 마음이 분주하고 스스로를 닦달했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