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공원 숲은 저에게 영혼의 안식처 같은 곳입니다. 아마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이들 어릴 땐 주말마다 온 가족이 함께 오르곤 했던 추억이 가득한 보물창고 같은 곳이니까요.
쭉쭉 뻗은 편백나무의 울창함과 우람함 속에서 아이들이 숲의 넉넉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숲사이를 누비며 밤과 도토리를 주웠던 추억도 마음 한편에 늘 따뜻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도심생활에서 계절의 변화를 숲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에는 공원 입구에서부터 숨 막힐 듯 빼곡히 핀 목련 꽃들, 이어 숲 전체에 퍼지는 벚 꽃들, 초록의 향연으로 생명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여름 나뭇잎들, 가을에는 어김없이 우리의 마음까지 알록달록 물들게 하는 단풍나뭇잎들, 또 찬란한 봄을 꿈꾸며 맨 몸으로 견디어 내는 겨울나무들!
대신공원 숲이 있어 우리 아이들은 그리 삭막하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도심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자연의 품인 숲을 누릴 수 있음이 늘 감사했습니다.
숲 사이로 흐르는 작은 계곡은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놀기에도 모자람 없는 좋은 곳이었어요. 대신공원 숲이 있어서 우리 아이들 어린 시절은 자연의 풍요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숲 전체가 제게는 다 소중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제가 가장 애정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작은 계곡이 흐르는 숲 풍경입니다. 바로 위 사진을 찍은 곳입니다. 저의 줌 배경화면이기도 한 장소입니다.
흐르는 계곡물 사이로 생명력 가득한 나무가 뿜어내는 초록잎들이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계곡이 얕아서 평소에는 그냥 징검다리로 건너도 되지만 비가 많이 올 때면 가로질러 놓인 작은 다리로 건너야 했습니다. 최소한의 높이로 만들어진 소박한 작은 다리였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안전이 문제가 되었는지 어느 날 숲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주황색 밧줄의 손잡이가 다리에 설치되었어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 밧줄손잡이로 인해 위 사진의 뷰포인트는 더 이상 잡히지 않았어요. 좀 속상했지요.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기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생각했어요.
요즘은 집 가까운 맥도 생태공원을 산책하느라 오랜만에 대신숲을 향했습니다. 숲의 정취에 취해서 발걸음도 가볍게 올라갔는데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제일 좋아하던 나의 장소가 깡그리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ㅠㅠ
내 마음 한 구석이 온통 파헤쳐진 듯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 풍광을 즐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편리함을 쫒아서 계곡의 풍광이 인위적으로 파괴되었습니다. 개발이란 미명아래!
자연의 훼손을 최소한 하면서 편리함을 추구할 방법이 없었을까요?
정말 이 방법밖에는 없었을까요?
숲 산책하는 내내 아쉬움 가득한 아픈 마음을 부여잡아야 했습니다.
이제 가장 아름다웠던 숲 풍경은 사진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이렇게 자연을 늘 아프게 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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