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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한 시간여행

아리아리짱 2019. 5. 22. 06:42

 

오랜만에 캐나다 동생이 깨톡으로 결혼사진을 보내왔어요. 조카들은 아니고 한참을 봐도 모르겠어서 ‘누구지’ 하고 물으니 ‘잭슨’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주근깨, 빨간 머리 소년이었던 잭슨이 이렇게 성장해서 결혼을 하다니요!

 

잭슨은 15년 전에 캐나다 조카들과 함께 우리 집에 방학동안 방문 했던 아이였어요. 조카들의 절친 인데 한국이 궁금하다며 함께 여행 와서 우리 집에서 머물고 신나게 한국의 문방구 문화를 섭렵했던 개구쟁이였거든요. 온 동네 문방구를 다니며 캐나다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실물과 비슷한 장난감 총들을 잔뜩 구입했어요. 그걸 보물인양 가지고 놀다가 캐나다 돌아가는 출국 시 공항 직원들이 가방안의 총들이 진짜인 줄 알고 깜짝 놀라며 반입금지를 시켰어요. 그 많은 총들을 공항에 남겨두고 아쉬워하면서 한국을 떠났던 세 개구쟁이들의 해프닝이 떠오릅니다.

 

그랬던 잭슨이 이렇게 훌쩍 자라서 결혼을 하다니 세월 참 빠릅니다. 하긴 큰 조카도 대학 졸업하고 이민자가 되기 어렵다는 캐나다 연방정부의 경찰(RCMP)이 되었어요. 한국과는 달리 캐나다 경찰은 사람들에게 아주 존중받고 명예로운 직업이래요.

 

잭슨의 결혼사진과 함께 캐나다 동생과 함께 했던 지난 시절들이 떠오릅니다.

 

동생가족은 17년쯤 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어요. 이민 가기 전 동생네는 제부의 직장 따라 대전, 단양, 제주도에서 살다가 지금 캐나다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동생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대전, 단양, 제주도를 이어 캐나다 까지 여행하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었어요.

 

동생부부는 대학에서 만났어요. 캠퍼스 커플이 아니고 스승과 제자였던 거지요. 제부가 서울에서 박사 과정 중일 때 강사로 부산의 동생학교로 출강했고, 앞좌석에 늘 앉아서 빨간 안경 낀 야무지게 공부하는 여학생에게 반한 거였어요. 제부는 저랑 동갑이니 동생과는 두 살 차이입니다.

영락없이 선비같이 점잖은 제부가 학기말 성적 처리 후 학교를 떠나면서 용기 내어 동생에게 만날 것을 제안했던 걸 생각하면 운명과 인연은 있는 것인가 봅니다.

 

동생은 틈틈이 과외도 하면서 대학 4년 내내 장학금을 놓치지 않던 똑 소리 나는 여학생 이였거든요. 국비 유학을 준비하던 동생이 대신 공부하는 것만 바라봐도 행복 할 것 같다며 제부와 결혼을 결심했어요. 그렇게 결혼 하더니 결혼 생활도 아들 둘 낳고 야무지게 잘 해 내었어요.

 

매사가 허술하고 느긋했던 저와는 정반대의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자라면서 싸움도 많이 했어요. 2남 3녀로 부대끼며 싸움들을 치열하게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엄격이 지나쳤던 아버지로부터 받은 스트레스 해소였고, 격렬한 운동(?)이었던 거지요.

 

동생은 행동도 재빠르고 요리도 척척, 살림과 육아도 척척해내는 슈퍼우먼 이었어요. 식당에서 맛난 것을 먹으면 저는 ‘음~, 다음에 또 와서 사먹어야지’ 생각하는데 동생은 ‘여기는 재료가 뭐뭐 들어갔으니 요렇게 만들어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살림꾼 이지요.

제 큰아이가 태어났을 땐 동생들에게는 첫 조카인지라 자주 와서 제 서툰 살림과 육아를 많이 도와주었던 고마운 동생 이었구요.

 

자라면서 상처들이 많아서인지 때로는 관계가 힘들 때도 있었지만 각자의 결혼 후 자매의 애틋한 정이 생겨났던 것 같아요.

이제 60줄을 바라보면서 함께 쳐진 어깨 토닥이며 이렇게 평화스럽게 늙어가고 싶습니다.